세계포교 선각자 일붕 서경보 스님 원력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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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종 38주년 재단법인 일붕선교종]
1988년 종단 설립…창종정신 계승해 선교일치·대중포교 실천
일붕 서경보 스님 열반 30주기 맞아 가르침 조명·종도 원력 결집
11월 18일 탄신 112주년 다례재 계기로 종단 새로운 도약 발원

재단법인 대한불교 일붕선교종이 9월 16일 창종 38주년을 맞았다. 반세기를 향해 가는 일붕선교종의 역사는 한국불교 세계화와 대중포교에 평생을 바친 일붕(一鵬) 서경보(徐京保, 1914~1996) 스님의 삶과 원력에서 출발한다. 수행과 교학, 교육과 저술을 두루 섭렵하고 일찍부터 세계 각국을 찾아 한국불교를 알린 일붕 서경보 스님의 행적은 오늘날 일붕선교종의 정체성과 포교 방향을 이루는 근간이 되고 있다.
일붕선교종은 1975년 3월 일붕 서경보 스님이 설립한 사단법인 일붕선종회를 종단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이후 1988년 9월 16일 대한불교 일붕선교종을 창종하고, 1991년 9월 27일 재단법인을 설립해 현재의 종단 체제를 갖췄다. 석가모니불을 교조로, 보우국사를 종조로 삼고 자각각타·각행원만을 근본교리로 봉체하며, 직지인심·견성성불·전법도생을 종지로 삼고 있다.
일붕선교종 역사의 중심에는 일붕 서경보 스님이 있다. 1914년 제주 서귀포에서 태어난 스님은 1932년 산방굴사에서 강혜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이듬해 화엄사 진진응 강백을 찾아 교학을 익혔으며, 위봉사 강원을 거쳐 개운사 대원암에서 당대 대강백 석전 박한영 스님을 시봉하며 경론을 공부했다. 이후 월정사 강원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상원사 선방에서 한암 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화두 참구에 매진했다. 선과 교를 함께 닦은 이 같은 수행 이력은 훗날 일붕선교종이 내세운 ‘선교일치’의 토대가 됐다.
일붕 서경보 스님은 전통적인 수행자의 길에만 머물지 않았다. 1946년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해 졸업한 뒤 원광대·전북대·부산대·동아대 등에서 강의하며 불교학의 대중화와 후학 양성에 나섰다. 1962년에는 불국사 주지와 동국대 불교대학 교수를 맡았으며, 동국대 불교대학장 재임 당시 불교미술학과를 개설하고 참선을 교양과정 필수과목으로 배정하는 등 불교학과 선수행을 교육 현장에 접목하는 데 힘썼다. 수행과 학문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는 스님의 지향이 교육에서도 이어진 셈이다.
무엇보다 일붕 서경보 스님의 행적을 특징짓는 것은 한국불교의 세계화였다. 한국불교가 해외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부터 세계 각국을 찾아 한국불교와 선사상을 소개했다. 1960년대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캘리포니아대학, 워싱턴대학, 하와이대학 등에서 교환교수로 강연했으며, 1969년 미국 템플대학에서 ‘조당집을 통한 한국 선불교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에도 국내외를 오가며 한국 선불교를 알리고 불교계의 국제교류와 해외포교에 앞장섰다.
스님은 특히 세계 곳곳의 불교계와 교류하며 한국불교가 한반도에 머물지 않고 세계인들과 호흡해야 한다는 원력을 실천했다. 해외 법회와 강연, 불교지도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 선불교의 수행 전통을 알리는 한편, 불교가 세계평화와 인류 화합에 기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했다. 이러한 행보는 오늘날 한국불교계가 강조하는 국제교류와 세계포교를 일찍부터 실천한 선구적 활동으로 평가된다.
스님의 원력은 종단 창종으로 이어졌다. 1975년 일붕선종회를 설립한 데 이어 1988년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근본으로 선교일치와 한국불교 세계화를 기치로 일붕선교종을 창종하고 초대 종정에 추대됐다. 1991년에는 재단법인을 설립해 종단의 제도적 기반을 갖췄다. 일붕 서경보 스님이 오랜 수행과 교육, 해외포교 현장에서 체득한 불교관을 하나의 종단적 체계로 구현한 것이다.
1992년에는 세계 불교지도자들의 연대와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세계불교법왕청을 설립했다. 종파와 국경을 넘어 불교지도자들이 힘을 모아 인류의 자유와 평화, 행복을 구현하고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도 적극적으로 대화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스님의 뜻이었다.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종교 간 화합을 추구했던 일붕 서경보 스님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전 번역과 불서 편찬을 통한 문서포교에도 힘을 쏟았다. ‘우리말 팔만대장경’ 편집위원과 조계종 역경위원회 역경위원 등을 맡아 한문 경전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이 부처님 가르침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불교사상교양전집’ ‘서경보 인생론 전집’ 등 다양한 저술과 편찬사업에도 참여했다. 수행과 학문, 교육과 저술, 해외포교를 하나로 연결해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생활불교를 구현하려 했던 것이다.
일붕 서경보 스님은 1996년 음력 5월 9일 법랍 64년, 세수 83세로 열반했다. 올해는 스님의 열반 30주년이기도 하다. 일붕선교종은 지난 6월 23일 서울 일붕선원 대법당에서 종정 대륜, 총무원장 혜일, 재단이사장 일명, 종회의장 도정 스님 등 종단 주요 소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초대법왕 일붕 서경보 존자 제30주기 추모다례재’를 봉행하고 스님의 생애와 가르침을 되새겼다.
일붕 서경보 스님 열반 30주년을 맞은 올해는 일붕선교종에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종단의 역사가 반세기를 향해 가는 시점에서 스님이 남긴 선교일치와 세계포교 원력을 되새기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붕선교종은 수행과 교학의 조화를 바탕으로 생활 속 대중포교를 확대하고 세계불교와의 교류를 이어가며 창종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붕 서경보 스님이 평생 힘썼던 한국불교 세계화의 원력을 오늘의 시대에 맞게 계승해 나가고 있다.
일붕선교종은 음력 10월 10일 일붕서경보 존자 탄신 112주년 기념 다례재를 통해 스님의 원력을 되새기고 한국불교 세계화와 대중포교를 위한 종단의 원력을 결집할 예정이다.
수도권지사=허광무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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